How can they trust employees
어쩌다 출근의 IT개발자의 일상을 보고
여의도 고층 사무실에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에 다니는 청년의 하루를 보여준다.
미국 대학을 졸업하고 페이스북에서 5년간 일하고 국내에 들어온 친구가 회사의 Data Foundation team이라는 곳의 팀장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직접 코딩도 하고, 팀원들도 챙기고, CEO와 미팅도 하고.
특이한 건 랩탑을 2개 사용하고 있었다는. 하나는 문서 작업 용, 다른 하나는 코딩 용이라고 하는데 왜 그렇게 나눠서 사용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문득 생각이 들었다. 절대로 이 회사는 저런 회사를 따라갈 수 없다고.
저긴 랩탑을 가지고 출퇴근 한다. 이 회사가 걱정하는 보안 걱정을 어떻게 해결하는 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적어도 이 회사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누군가 회사 직원이 회사의 기밀을 빼돌려서 피해를 주는 걸 덜 걱정할 거라고. 그 회사라고 기밀이 없을리 없다. 그렇다고 이 회사처럼 물리적으로 그리고 시스템 측면에서 보안을 구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또한 많은 비용이 들어갈 터라.
그럼 그 회사는 뭘 믿고 저렇게 허술해 보이는 보안체계를 가지는 걸까?
입사할 때 모두 충성도를 시험이라도 보나?
아니면 신통한 점쟁이를 데리고 와서 보안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사람들을 골라서 뽑는 걸까?
그런 건 아닐 거다.
회사의 성공이 개인에게 주는 의미의 차이
아마도 그 회사의 직원들이 그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이 순진한 생각이 그럴듯 한 것처럼 느껴지는 건 회사의 성장이 곧 직원들 자신들에게 이득으로 돌아온다는 걸 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금 이 회사에서는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그 성과가 사업의 성공과 연결되는 것은 쉽지 않다. 개개인에게 맡겨지는 역할은 사업중 대부분 아주 작은 부분인 경우가 많고, ‘의미’가 보일 정도의 비중을 갖는 역할은 대개 임원급에게 맡겨진다. 그런 상황에서 사업의 성공, 회사의 성공과 ‘나’와의 관계는 아주 약한 고리 만을 갖는다.
당연히 내가 비록 작은 부분이라도 참여하는 제품의 성공, 사업의 성공이 내게 불이익으로 돌아올 일은 전혀 없으므로 일을 열심히 안할 이유는 결코 없다. 하다못해 성과금이라도 덜 나오지는 않을 거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 열심히 해야 할 이유도 분명하지 않다. 어차피 내가 열심히 해서 내가 맡은 부분이 완벽하게 만들어졌다 해도 그 완벽함이 사업에 어떤 기여를 하는 지 측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사업이 성공하고, 좋은 평가를 갖는 경우에 그저 ‘나도 이 성공에 기여했지.’라는 뿌듯함을 갖는 걸로 끝이다.
하지만 저런 회사는 다르다. 규모가 작은 덕에, 개개인의 제품, 사업 그리고 회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 그리고 내가 하는 업무의 성패가 제품에 사업에 그리고 회사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 만큼 그 성패는 내게 직접적인 보상으로 돌아온다. 대부분 스톡옵션으로 대표되겠지만, 금전적으로 그리고 그 만큼 중요한 업계에서의 평판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경험을 쌓을 기회가 된다.
이런 환경에서는 결코 나 하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보안 사고를 쳐서 내가 속한 조직을 망가뜨릴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혹시 그럴 지 모르는 의직증(의부증, 의처증 처럼 ‘직원들을 의심하는 증’)을 풀기 위해 직원들의 일하는 환경을 제한하고, 효율을 떨어트리는 것보다는 직원들과 회사의 공동체 운명을 더 강하게 만들어 직원들로 하여금 보안에 대한 제약없이 일하는 대신 그 만큼의 동료들과 회사에 대해 충성하길 만드는 똘똘한 선택을 한 것이 아닌 가 싶다.
결국 한 문장으로 말하면 그런 회사는 자의건 타의건 직원들을 공동운명체로 보지만, 이 회사는 그렇지 않다. 언제든지 조직을 배신할 수 있고, 보안 허점을 이용해서 회사의 소중한(?) 기밀을 빼돌릴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보는 것이다. 그렇기에 워라벨이라는 허울좋은 말을 내세우면서 회사와 직원간에 눈에 보이는 장벽을 치고, 울타리에서만 일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 두가지 회사는 결코 같을 수 없고, 특히 이 회사는 저런 회사와 경쟁할 수 없다. 정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절대 경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차피 그런 분야는 현명하게 저런 회사들이 정면승부를 하지 않거나, 그런 분야는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경쟁 분야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확보할 수 있는 인력 수준이나 그들이 일하는 속도, 효율은 비교 불가다.
정말 20년 전에 일하던 회사 환경과 지금을 생각해 보면 별다르게 달라진 게 없다. 달라진 건 컴퓨터 사양이 근래(그나마 늘 최신 사양보다는 뒤쳐지는) 걸로 바뀐 거 정도. 책상 폭은 오히려 좁아지고 여전히 일자 형태의 닭장 같은
과연 달라질까
정말 틀렸다는 걸 모르는 걸까…
왜 예전과 달리 점점 저런 회사들에 좋은 친구들이 몰리는 지.
그게 이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하긴 관심이 없을 수도 있을 지 모른다. 어차피 그들도 이 회사를 위해서 일하는 건 아닐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