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기가 쉽지 않을 텐데,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면? 후배들에게 ‘아이디어를 좀 내봐, 너 좋은 아이디어 없냐?’ 하는 회의는 의미 없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이미 이야기했을 것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회의에 참석한 캐릭터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저 친구는 어떤 성향인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편견이 심한지 그렇지 않은지, 판단은 믿을 만한지’ 등등. 스태프들의 캐릭터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멋진데. 이런 게 진정한 관리자의 덕목이 아닐까
PD로 일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경험이 있다면? 아무래도 대학 다닐 때 연극했던 경험이 제일 소중하다.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공통의 목표를 향해 진짜 미친 듯이, 자기의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비등점을 향해 달려 나간다. 그리고 공연이 딱 끝나고 나면 모두 운다. 수십명이 함께. 그 일이 진짜 짜릿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이런 일이구나’라는 걸 그때 처음 느꼈고, 이 비슷한 일이면 아무거나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트콤 작가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하기도 했고, 영화사에 조연출로 들어가기도 했다.
요즘 너무너무 재미가 없는데 이런 게 없어 그런 것 같다. 뭔가를 위해 함께 일하고, 함께 그 성과를 즐기는 거. 1년에 수 많은 패키지를 개발하지만 “뭔가를 이뤘다"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도전이라고 할만한 것도 없지만, 그냥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일을 하고 있으니 성취감은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점점 매너리즘에 빠지고 있는 듯 한데 위에서도 SW를 공장 일처럼 만들고 있는듯한 느낌이다. 그냥 문제 없는 코드 만들면 최고라는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