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왜 공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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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

p32

뒤를 돌아보면, “1년 동안 공부만 할 거야!“하고 결단하고 그 결단을 독하게 지켰던 체험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자산은 ‘독해야 할 때 독해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이 자신감은 내 일생 내내 큰 자산이 되었다. ‘필요하다면 유혹을 끊어낼 수 있다. 잔가지들에 연연해하지 않을 수 있다. 내 온 자신을 던질 수 있다. 몰입할 수 있다’는 믿음은 중요하다. 한번 독해지기를 경험해보면 언제나 독해질 수 있는 것이다.

p77

무시당하는 느낌이 없어졌다. 조롱당하는 느낌, 모욕당하는 느낌도 없어졌다. 기대를 받는다는 느낌도 생겼다. “이거 해도 되나?” 자문하던 주저감이 줄어들었다. “이거 말해도 되나? 이런 거 물어봐도 되나?” 같은 자기검열도 사라졌다.

사람 대접받는다는 느낌, 같은 사람으로 대할 수 있고 대해질 수 있다는 느낌이었다. 서로의 차이는 있지만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역할은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새로 얻은 중요한 깨달음이 있다.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지 않으면 아는 것도 아는 게 아니며, 자신의 의견을 말해야 비로소 상대와 통할 수 있고, 말로 표현되어야 생각이 정제되고 발전되며, 말하는 행위 자체가 상대에 대한 존중이라는 분위기였다. 얼마나 큰 변화이랴. ‘말을 하면 상처만 커진다’는 생각 때문에 어릴 적에 입을 닫고 답답해했고, 자라면서는 ‘말하면 다친다. 말조심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갑갑했던 ‘말의 족쇄’가 드디어 풀렸다.

p113

그 파워는 바로 ‘통찰력’에서 나온다. 핵심 개념을 세우고 개념을 스토리로 전개하는 파워. 어떻게 90분 동안 이렇게 마음을 흔들어놓을 수 있나? 통찰력이란 그렇게 중요하다. 전체를 통찰하는 힘, 구조를 파악하는 힘, 핵심을 파악하는 힘, 개념을 세우는 힘, 전체와 부분의 연관성을 이해하는 힘, 이런 지적 ‘통찰력’은 우리 모두 지향해야 할 파워다.

p141

창업하면서 꼭 각오해야 할 것이 있다. ‘세상은 별로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냉정한 사실이다. 다른 사람들의 성공적 창업 스토리를 주목해주는 것은 TV나 강연회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현실에서는 ‘당신은 대체재로 보일 것이다. 당신은 도구로 보일 것이다. 당신은 소모재로 보일 것이다’라는 엄연한 사실이 기다린다. 이 냉정한 현실을 냉철하게 받아들이자. 그리고 실망과 좌절과 손해와 분노를 딛고 살아남자. 또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보자.

p158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을 할 때, 나는 배울 것 한 가지를 아예 미리 정해놓는다. 사실 아무리 하기 싫더라도 배울 것 하나 없는 일은 이 세상에 없다. 게다가 아무리 하기 싫은 일이라도 열심히 하다 보면 일 자체에 빠지게 되기도 한다. 인간의 본능 중 하나인 성실성이 작동하는 것이다. 여기에 긍정적인 동기 한 가지만 곁들이면 속으로 회심의 미소 하나 지을 게 생긴다.

p186

언어의 기본은 듣기가 먼저인 것이다. 언어의 순수함, 아름다움, 세련됨을 즐기게 되고 또한 조악하고 천박하고 비논리적인 언어를 분별하게 되는 이점과 함께, 많이 들을 수록 이야기하는 능력도 따라서 자란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야기를 잘하고 싶어 한다. 이야기를 잘하려면 먼저 잘 듣자.

p229

가장 근사한 팀이란, 위아래 가리지 않고,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고, 일하자고 만났으면 5분 만에 일로 돌입하고, 서로의 시간을 아껴주고, 서로의 특성을 독려하고, 서로의 능력을 키워주며, 소모적인 실적 경쟁이 아니라 일의 대승적인 퍼포먼스를 위하여 생산적인 경쟁 협력을 하는 팀이다. 그런 팀워크가 가동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은 팀워크에 필요한 것은 수도 없이 많다. 그중 팀장의 리더십 역할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팀에 기원을 불어넣어주고 힘을 키워주는 것이 팀장의 역할이다. 그렇다고 팀워크의 리더십에 하나의 정답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카리스마가 필요하고, 때로는 헌신이 필요하며, 당근과 채직을 적절히 구사해야 하기도 하고,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밀고 당기는 리듬도 필요하고, 에너지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호흡도 필요하다.

p243

거대한 수레바퀴가 돌아가는 이런 사회에서 자신만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자신만은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는 순간, 과잉 경쟁의 잔혹한 수레바쿠에 치이는 대가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자본과 권력이란 워낙 잔혹하다. 당신이 아무리 우수하고 탁월하더라도 이용당하며, 시시때때로 밟히고, 어느 시점에는 배신을 당할 것이다. 그 자리에 연연할수록 잔혹한 수레바퀴 사이에 끼어서 으스러질 위험만 커진다. 조직의 논리 속에서 개인의 능력이란 아주 미미한 변수가 될 뿐이다.

p245

사회의 유연성을 높이는 과제는 별도로 하더라도, 우리 자신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은 우리 자신이 해야 할 일이다. 당신의 유연성을 높여라. 다양한 옵션에 눈을 열어라.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더라도 일하는 환경은 끊임없이 바뀌는 것이 정상이다. 일하는 프로젝트가 바귀고, 주제도 바뀌고, 직책도 바뀌고, 일하는 조직도 바뀐다. 특정한 일을 통해 그 어떤가를 배웠으면, 그 다음 단계를 생각하고, 관련되는 다른 일을 구상하라. 아직 변화를 실천으로 옮기지 못했다 하더라도 머릿속에 시나리오를 계속 만들어두라. 실천으로 옮길 ‘때’는 반드시 올 것이다.

매너리즘에 빠지기 전에 떠나자. ‘숙련된 조교’라는 말이 있다. 일에 숙달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계속해서 숙달된 조교만 하다가는 매너리즘에 빠지고야 만다. 지금 하는 일에 숙달되었다고 생각되면 이제 떠날 때가 되었고 다른 일을 찾을 때가 되었다. 변화란 항상 위험을 동반하는지라, 주변에서 말리고 가족들이 말리고 또 주저하는 자신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위험이 다가오기 전에 주체적인 선택을 하는 것일 뿐이다. 잘리기 전에 먼저 떠나자. 정체하기 전에 먼저 새 길을 찾자. 떠나기를 강요받기 전에 자신이 선택해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 길게 보면 훨씬 더 좋다.

p249

바로 지금, 지금과는 다른 삶의 옵션을 준비해두자. 어차피 우리 인생은 제2, 제3의 인생을 살아야 할 만큼 길기도 하다. 5년 후에 어디에서 어떠한 일을 할 것인가? 10년 후에는 또 어디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가? 오직 한 가지 일만 들이파는 것으로써만 인생이 완성될 수는 없다. 주제는 하나이되 수없는 변주를 해나가야 자신의 음악이 완성되는 것이다.
관건은 타이밍이다. 언제 어떻게 새로운 일감을 찾아서 자신의 일로 만드느냐 하는 것이다. 인생의 티이밍은 참으로 중요하다. 평생을 생각하고 타이밍을 고민해보자.

p250

공부하고 일하는 방식은 변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고기 잡는 방식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다만 잡는 고기와 배 띄우는 바다가 달라지는 것뿐이다. 당신이 학교와 프로 생활에서 배우는 공부와 일하기 방식은 큰 흐름 속에서 하나의 단계일 뿐이다. 그 어느 자리에서 그 어느 일을 통해 잘 배우고 깨달음을 얻었다면, 이제 다음 과정을 생각해 보라.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향하여!

p256

어떻게 세종 시대, 정조 시대에는 그렇게 탁월한 인물들이 많이 나왔을까? 서구의 르네상스 시대에는 그렇게 근사한 인물들이 쏟아졌을가? 라는 화두다. … 인물을 발탁하고 좋은 일들을 발굴하는 ‘리더’의 역할도 분명 클 것이다. 당시의 정치 리더들은 강력한 혁신 리더들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아마 그 시대에 일어났음직한 수순은, ‘개인의 리더’에서 ‘그룹 리더십’으로 발전되었을 것 아닐까?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인물은 인물을 알아본다. 탁워할 일은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아니라 더욱 탁월한 일들을 자극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선순환 구조에 더욱 자극을 받고 더욱 노력하고 모색했던 상태였을 것이다. 탁월한 공부생태계가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던 행복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p258

우리가 리더를 인정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나 총괄 지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가 리더의 리더십을 인정하는 것은 그 리더가 꼭 특출하거나 훌륭해서만은 아니다. 리더십이 흔들리면 플레이가 당장 깨질 위험이 높기 때문에 인정하는 것뿐이다. 리더란 잠시 잠깐 책임과 권한을 가지는 것일 뿐이다. 리더가 진정한 리더십을 똑독하게 고민한다면, 자신의 리더십으로 어떻게 그룹의 리더십을 끌어낼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리더는 자신이 그 자리에 있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고, 자신이 물러난 이후에도 사회의 리더십이 뿌리내리는 것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p268

21세기적으로 착하려면 도덕성만으로는 안된다. 마음만으로는 안 된다. 아주 영리해야 한다. 머리를 써야 하고, 시간을 들여 정보를 파악해야 하고, 거짓말을 분별해내야 하고, 왜 착한 소비가 결국 나와 우리를 위해 좋은 지 논리를 펼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개인의 착한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료와 친구와 이웃과 사회에 전파하는 설득력까지 가져야 한다.

p269

‘장금아, 너의 선의를 믿는다. 그러나 선의를 가지고도 능력이 없으면 사람을 상하게 할 수 있다. 너는 할 수 있겠느냐?’

p270

세상은 항상 착한 사람, 착한 동기를 가진 사람을 속이려 들고 무시하려 든다. 성실함과 부지런한과 배려심을 악용하려 든다. … 경제 감각은 필수다. 어떤 경우에나 돈 감각, 경영 감각, 산업 감각, 거시경제 감각을 갖고 있어야 설득력 있는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사회의 많은 대안들은 이익을 어떻게 만드느냐, 누구에게 이익이 가느냐, 누가 일할 수 있게 만드느냐, 어떻게 안정을 꾀하느냐에 대한 대안이 포함되어야 설득력을 가지며 그래야 통한다.